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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생각만들기]⑭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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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역사의 수레를 끌고가는 것
지금, 판단의 힘을 강화해 멋진 한 표 던질 시기
우리의 진지한 선택, 미래 시간에 방향성 줄 것
학(學)아 그동안 잘 지냈니?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고 등급제가 낳은 여러 문제가 신문 지상(紙上)에서 교육과 관련한 여론을 형성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는 우리들의 눈을 끌고 싶어 안달하는 거대한 사진과 소리와 빛깔들이 춤춘다. 오는 19일 선거에 나오는 이들이 사진 속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몇 가지 특정한 노래와 빛깔에 권력을 부여하며 우리의 판단을 중지시킨다.

학(學)아,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경남의 교육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전을 바라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도 선거가 있다는 공고(公告)를 보며, 선거에 대해 너와 생각을 나누고 싶구나.

학아,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해. 그 사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피선거권자가 되어 원하는 자리에서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출될 수도 있고, 선거권을 통해 자신을 대신할 역량 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지.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권력은 그 사회 구성원에게서 나온다는 명제가 선거와 투표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야.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Demos'와 'Kratos'라는 '인민에 의한 정부'라는 그리스어로부터 기원하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있지?

그런데 학(學)아, 얼마 전 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더구나. '대중은 특별히 자격을 갖춘 개인들의 소수 집단과는 구분되는 '평균인'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지적(知的)으로 게으른 존재다. 대중은 특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에 대해 선악의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동일시하면서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모두를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토론과 대화를 거부하는 지적 폐쇄성을 지닌다.'

20세기 오르테가의 생각을 읽으며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데모크라투스(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은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선거권을 지닌 사회 구성원들이 판단에서 지적으로 게을러, 선거 대상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대화하지 않고, 많은 이들과 그저 한 생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들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부여한 지도자가 현명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현인들의 우려이지.

그래 학아, 선생님은 현란한 소리와 색깔 때문에 유보했던 판단의 힘을 강화시키고, 너는 학생회장 후보자에 대한 관심을 키워 우리 멋진 한 표를 던질 때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진지한 선택이 미래의 시간에 방향성을 준다.

'Momento Hora(시간을 기억하라)' 지나온 시간에 있었던 선택이 갖는 의미를 기억하며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결정하자. 역사는 우연과 광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이도 있지만, 그 우연과 광기마저도 사실은 누군가의 작은 판단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겠니?

구성원들이 누군가를 대표로 뽑는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가 교과서의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 행위로 사회의 진정성이 마련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신문읽기>

요즘 대통령 선거와 관련, 갖가지 여론조사가 난무한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일반 대중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다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시 일반 대중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밴드왜건 효과'(선두에게 표 쏠림 현상)와 '언더독 효과'(열세자에게 표 쏠림 현상)가 있다.

여론조사는 확고한 전망을 보여주는 나침반이 아니라 한 시점의 민심을 재는 온도계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론조사는 '수시로 변하고 있는 여론의 수동적 반영'이 아닌 '현실을 움직이는 능동적 도구'로 변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여론조사 오·남용 때문에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불량 여론조사 결과가 도태되고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자리 잡으려면 양질의 여론조사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대표성'이 있는 표본대상을 선정했느냐를 살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시대가 열린 것은 미국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앨프리드 랜든이 대결한 1936년 대선이었다. 당시 여론조사 선두업체였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사'는 국민 1000만 명에게 주먹구구식으로 우편엽서를 발송해 회수한 결과를 바탕으로 랜든의 승리를 점쳤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 이유는 다이제스트사가 사용했던 전화번호부와 자동차소유자 명단은 부유층에 치우쳐 있었고 가난한 사람보다 부유층에 편중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설문을 어떻게 작성했느냐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같은 말로 물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답변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질문에 따른 차이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말에 '보통'이란 중립문항이 있으면 찬성과 반대의 비율은 줄어들기 때문에 중립문항이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유도 질문을 던졌는지도 감시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응답률을 살펴야 한다. 조사자가 전화를 걸어 몇 퍼센트의 사람이 설문에 응했는지도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교생 1000명이 있는 학교에서 누가 학생회장이 될 것이냐는 여론조사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50명을 무작위로 뽑아 여론조사를 한다고 하면 최소한 응답률이 반(25명)은 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응답률을 살펴보면 30% 이하이다. 더욱이 10%대의 응답률을 보이는 것도 있다. 더 큰 논란거리는 이 같은 응답률을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30%대 이하의 응답률을 보이면 아예 그 여론조사는 폐기처분하고 발표를 하지 않는다.

<경향신문, 2007년 10월 30일 발췌 편집>

<생각해 볼 문제>

1. 투표 전에 피선거권자의 차이와 다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웠는가?

2. 현재의 학생회장 선거는 학생회가 민주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충분한가?

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걱정한 중우(衆愚)정치 현상이 갖는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4.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자의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이효재(창원 남산고 교사) 학교 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 중등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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