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이색 도서관을 가다 /사색이 샘솟는 청소년 ‘해방구’[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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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디지털시대를 맞아 아날로그의 상징인 듯하던 도서관의 변신이 눈부시다. 나라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려고 앞다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오아시스’라는 해방 공간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등에 도서관을 설립하는 등 이색적인 도서관 운영으로 주목을 받는다.
청소년의 해방공간 오아시스=싱가포르 서쪽에 있는 주롱도서관은 세 곳의 지역 도서관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장서량이 45만권에 이른다. 이 도서관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청소년 서비스다.
도서관의 한 층이 온전히 청소년용 서가인데, 이름이 ‘버징-올-틴스’(verging-all-teens)다. 벽 한편에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보드(아래 사진)가 걸려 있다. 짧은 독후감이나 심경을 담은 메모지가 나부낀다.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마당이다. 독서모임이나 동아리들의 공동작업을 위한 별도 회의실까지 있다.
사서가 아무리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법. 그래서 사서도 학생들이 맡고 있다. 물로 정식 사서의 지도를 받는다. 또래끼리 유행하는 흐름을 잘 알기에 어떤 책을 요구하는지 한번에 ‘딱’ 알아챈다. 또 사서 친구가 권하는 책에 대한 신뢰도 더 높은 편이다.
‘오아시스’라는 쪽도 눈길을 끈다. 학교 수업이 있는 평일 오전이라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쪽에는 남자 아이 두 명이 서로 비스듬하게 누워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의 간섭 없이 가장 편한 자세로 바닥에서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사회적으로 억눌린 청소년들에게는 한마디로 ‘해방구’다. 이 오아시스의 또 다른 샘은 자판기다. 음료수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 한 평 정도의 샘을 통해 청소년들이 더 큰 호흡을 할 수 있어서인지 인기 만점의 공간이 됐다.
가장 아래층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에는 보호자가 동화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곳이 따로 있다. 곳곳엔 ‘ASK’(물어보세요)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내용이나 이어지는 ‘왜?’란 보따리를 꽁꽁 묶어두지 않고 이곳에서 풀어놓게 한다.
싱가포르 주민들은 보통 때는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한다. 좀더 많은 자료를 찾으려 지역도서관을 이용하는데 반납은 어느 도서관에서도 할 수 있다. 크리스 림 슈 주 주롱도서관 사서는 “책 반납 때문에 빌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도록 대여시스템을 일원화했다. 전자태그(전자꼬리표)를 설치하고 우정국과 제휴를 해서 수거한 도서를 소속 도서관으로 24시간 안에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아간다=이른바 틈새 도서관으로, 쇼핑몰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그것도 도심 오차드거리 한복판의 가장 큰 다카시마야 백화점 5층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금싸라기 땅에 도서관이라니. 이름만 도서관이고 간이 휴게실 정도라고 생각하고 찾았는데, 웬걸? 소장하고 있는 책이 15만권이나 된다. 백화점에 아이들을 데려와 이 곳에 맡겨 놓고 쇼핑하러 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출입 금지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대신 음악과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세렌 로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홍보관은 백화점의 도서관 유치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백화점의 오차드도서관은 1995년에 문을 열었다. 예산안을 재무부에서 승인해줘 가능했다. 처음에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갔으나 책 보러 온 김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 쇼핑몰에서도 반기게 됐다.” 지금은 쇼핑몰들의 유치 전략까지 겹쳐 10곳으로 늘었다. 또다른 틈새 도서관으로는 공연장 도서관이 있다.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공연장 3층에 있는 이 도서관은 예술 관련 도서들로만 한정돼 있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음악·무용 관련 도서로 서가를 채웠다.
글·사진 싱가포르/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청소년의 해방공간 오아시스=싱가포르 서쪽에 있는 주롱도서관은 세 곳의 지역 도서관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장서량이 45만권에 이른다. 이 도서관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청소년 서비스다.
도서관의 한 층이 온전히 청소년용 서가인데, 이름이 ‘버징-올-틴스’(verging-all-teens)다. 벽 한편에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보드(아래 사진)가 걸려 있다. 짧은 독후감이나 심경을 담은 메모지가 나부낀다.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마당이다. 독서모임이나 동아리들의 공동작업을 위한 별도 회의실까지 있다.
사서가 아무리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법. 그래서 사서도 학생들이 맡고 있다. 물로 정식 사서의 지도를 받는다. 또래끼리 유행하는 흐름을 잘 알기에 어떤 책을 요구하는지 한번에 ‘딱’ 알아챈다. 또 사서 친구가 권하는 책에 대한 신뢰도 더 높은 편이다.
‘오아시스’라는 쪽도 눈길을 끈다. 학교 수업이 있는 평일 오전이라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쪽에는 남자 아이 두 명이 서로 비스듬하게 누워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의 간섭 없이 가장 편한 자세로 바닥에서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사회적으로 억눌린 청소년들에게는 한마디로 ‘해방구’다. 이 오아시스의 또 다른 샘은 자판기다. 음료수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 한 평 정도의 샘을 통해 청소년들이 더 큰 호흡을 할 수 있어서인지 인기 만점의 공간이 됐다.
가장 아래층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에는 보호자가 동화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곳이 따로 있다. 곳곳엔 ‘ASK’(물어보세요)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내용이나 이어지는 ‘왜?’란 보따리를 꽁꽁 묶어두지 않고 이곳에서 풀어놓게 한다.
싱가포르 주민들은 보통 때는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한다. 좀더 많은 자료를 찾으려 지역도서관을 이용하는데 반납은 어느 도서관에서도 할 수 있다. 크리스 림 슈 주 주롱도서관 사서는 “책 반납 때문에 빌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도록 대여시스템을 일원화했다. 전자태그(전자꼬리표)를 설치하고 우정국과 제휴를 해서 수거한 도서를 소속 도서관으로 24시간 안에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아간다=이른바 틈새 도서관으로, 쇼핑몰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그것도 도심 오차드거리 한복판의 가장 큰 다카시마야 백화점 5층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금싸라기 땅에 도서관이라니. 이름만 도서관이고 간이 휴게실 정도라고 생각하고 찾았는데, 웬걸? 소장하고 있는 책이 15만권이나 된다. 백화점에 아이들을 데려와 이 곳에 맡겨 놓고 쇼핑하러 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출입 금지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대신 음악과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세렌 로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홍보관은 백화점의 도서관 유치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백화점의 오차드도서관은 1995년에 문을 열었다. 예산안을 재무부에서 승인해줘 가능했다. 처음에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갔으나 책 보러 온 김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 쇼핑몰에서도 반기게 됐다.” 지금은 쇼핑몰들의 유치 전략까지 겹쳐 10곳으로 늘었다. 또다른 틈새 도서관으로는 공연장 도서관이 있다.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공연장 3층에 있는 이 도서관은 예술 관련 도서들로만 한정돼 있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음악·무용 관련 도서로 서가를 채웠다.
글·사진 싱가포르/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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